onepiece

[에이ts사보ts에이ts] 조각글들

현대 AU 다수...

에이사보에이 티엣스를 앤사라앤으로 말하나...?



1

 저녁 노을이 지며 생기는 불그스름한 주황 빛이 내 발치까지 기어들어왔다. 나는 거실 구석에 조금 더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우울했다. 오늘은 크게 이상한 것이 없는데 정말 기분이 나쁠 정도로 우울했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울고싶은 기분이 들어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짜증난다. 고개를 살짝 들면 보이는 달력은 지난 달, 즉 1월에 멈춰있었다. 지금은 2월이었다. 달력 중앙에 새빨간 동그라미가 예쁘게 쳐져있었다. 1월 15일. 에이스가 돌아온다고 했던 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월이 되고 또 10일이 지났지만 에이스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우울한 마음에 휴대폰을 한참을 쳐다보았다. 에이스를 마지막으로 본 날은 1월 1일이었고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은 날도 1월 1일이었다. 내 안에서 에이스의 시간은 여전히 1월 1일에 멈춰있었다.



2

  "보고싶어."

  "나도그래."

  "언제 와?"

  "곧 갈게."



3

  에이스는 구불구불하고 이리저리 삐쳐있는 머리카락에다가, 깊은 밤 밤하늘 같은 새카만 머리색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빗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빗으로 빗어주기보다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넣어 죽 빗어내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럴 때 마다 에이스는 머리카락이 당겨 아프다며 칭얼거렸다. 조금만 기다려, 다 빗어줄게. 언제 다 빗어지는데. 에이스는 입을 비죽 내밀고 툴툴거리면 나는 아이 달래는 기분으로 천천히 손가락을 끌어내려 에이스의 머릿결을 헤쳐나왔다. 그렇게 내가 손으로 빗어주다보면 에이스는 입을 다물고 있었고, 머리 빗기는 작은 소리와 침묵만이 우리 사이에 존재했다. 조용하길래 무얼 하나 궁금해 에이스를 살짝 훔쳐보면, 그녀는 내 손길에 잠오는 눈을 천천히 떴다가 감으며 졸려하고 있었다.



4

  묘한 기분이었다. 때는 한밤중이었고, 그저 잠이 안와 작은 장난을 쳤을 뿐이었다. 에이스는 자신의 밑에서 놀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동그란 눈동자를 직시했다. 꽤 갑작스러웠는지 숨이 살짝 가빴다. 사보는 이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어두우니까 네 얼굴이 잘 안 보여서 무서워. 에이스는 그 말에 제 손을 들어 사보의 뺨을 만져주며 말했다. 난 네가 잘 보여. 사보의 파란 눈이 어디서 비치는지 모를 빛으로 꽤 예쁘게 반짝였다. 에이스는 한참이나 사보의 눈을 바라보고 있다가 사보의 뺨을 가볍게 잡고는 몸을 낮춰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헉. 하며 들이키는 숨이 느껴졌다. 사보는 갑작스레 닥쳐진 상황에 어찌할 지 모르며 두 손을 그저 쥐었다 폈다 하며 가만히 있질 못했다. 에이스는 입을 가볍게 맞추다가 산만한 사보의 손을 자신의 손에 쥐었다. 미안해. 나지막히 속삭였다. 손 끝이 차가운 사보의 손이 꽤 안쓰럽게 느껴져 좀 더 힘을 주어 손을 잡아주었다. 사보는 어둠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에이스의 얼굴을 보려 애썼다. 무슨 표정인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입을 열어 천천히 움직였다. 괜찮아.

'onepie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래사보] 그냥 헤어지는 거  (0) 2016.02.20
[에이사보에이] 전화통화  (0) 2016.02.16
[에이사보에이] 심해  (0) 2016.02.03
[에이사보] 아침  (0) 2016.02.01
[에이스+사보] 조난  (0) 2016.01.31
,

최근 댓글

최근 트랙백

알림

이 블로그는 구글에서 제공한 크롬에 최적화 되어있고, 네이버에서 제공한 나눔글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태그

링크

카운터

Today :
Yesterday :
To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