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piece

[드래사보] 그냥 헤어지는 거






  "있잖아요, 드래곤씨."

  "..."

  "나는 다 좋은데, 난 한 가지 당신한테서 싫은 점이 있다면,"

  "..."

  "멋대로 와놓고 멋대로 가버리는 거예요."


 사보는 코끝이 새빨개진 채로 말했다. 눈가도 많이 붉었으나 용케도 눈물을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드래곤은 아무 말 없이 사보를 쳐다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아무런 미동 없이 사보를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사보는 그런 드래곤의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저 사람이 고작 연이 끊어지고 맺어지는 것에 있어 아무런 흥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있었다.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것에 조금은 상처받거나 되려 타박하는 말을 내뱉는 걸 조금은 기대 했으나 전혀 그러지 않는 다는 것을 알자 상처받은 건 오히려 제 쪽인 듯 했다. 사보는 드래곤의 눈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밖은 이제 해가 조심스레 뜨는 바람에 하늘은 아름다운 빛깔로 가득 채워졌다.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 지금의 자신과의 상황과 엄청나게 대조된다는 것을 안 사보는 제 마음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사보는 한참동안 뜸을 들이다가 힘겹게 뒷 문장을 내뱉었다.


  "그래서 나는 드래곤씨가 싫어요."

  "..."

  "그래서 나는 드래곤씨를 쫓아다녔구요,"

  "..."

  "드래곤 씨를 좋아했어요."

  "..."

  "그리고 헤어지자는 말에 대답 했어요."


 이건 다 드래곤 씨를 싫어해서 하는 거예요. 사보는 주먹을 꽉 쥐었다. 혁명군 일을 하며 많이 망가진 하얀 손이 장갑 안에서 아프다며 아우성이었다. 어제는 손에 화상을 입었다. 덕분에 하얀색 붕대로 피부 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칭칭 감아야 했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드래곤은 여전히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 말을 해도 전혀 대답 할 기미가 안보이는 상대방이 너무 야속하다고 느껴졌다. 그래, 앞서 언급 한 것 처럼 사보는 드래곤이 어떤 사람인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지 않을 것을 알았고, 그랬기에 자신은 그의 앞에서 원래 비참하던 것 보다 더 비참하게 된 것 처럼 느껴졌다. 드래곤은 여전히 눈가가 새빨개진 채로 저를 올려다보며 말하는 사보를 물끄럼 쳐다보았다. 강아지같은 동그란 눈이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손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드래곤은 눈을 슬며시 감았다. 자신의 시야에서 한참이나 벗어났던 키 작은 꼬마가 언제 이렇게 제 시야에 멋대로 들어오며 자신이 싫다고 억지로 바락바락 말하고 있는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드래곤은 사보의 말에 반쯤 동의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자신은 나쁜 놈이었고, 멋대로 와놓고 멋대로 가버렸다. 지금도 그렇다. 언젠가 저녁 식사 시간에 코알라가 장난스레 사보에게 드래곤씨를 좋아하기라도 하냐면서 물었던 것이 머릿 속에 남아 사보가 일 관련으로 자신의 방에 찾아왔을 때 저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것이 사보와의 관계 발단이었다. 사보는 아무 말도 못한 채로 얼굴을 붉혔다. 그땐 그게 얼마나 귀여웠었던지. 그렇지만, 지금은 어느샌가 녀석과의 관계가 종결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래. 이것도 제 탓이었다. 자신은 사보가 저 말고 다른 사람을 고를 권리가 많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배려하는 입장에서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것이 아이에게 그렇게 상처가 될 줄은 생각 못한 것이 저의 무책임한 면이었다. 여전히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보에게 말했다.


  "그리고 할 말은?"

  "..."

  "더 이상 없는 건가?"

  ".. 왜, 내가.."

  "..."

  "내가, 떠나라고 했는 것도 아닌데 왜 가는 거예요?"


말을 끝마치자 마자 사보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아까 말은 다 거짓말이예요. 난 드래곤 씨가 정말 좋은데, 제멋대로 라도 나는 정말 좋은데, ... 왜 자꾸 가려는 거예요? 나는 드래곤씨가 좋아요. 좋아해요. 좋아했었고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좋아하고 있어요. 제발, 가지마요."


새빨개진 눈가 위를 지나 뺨을 지나 눈물이 턱 끝에 다다라서는 기다란 진한 길을 얼굴에 남기고는 밑으로 투둑 툭 떨어졌다. 사보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드래곤은 그런 사보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뺨을 쓸어주었다. 나도 네가 싫은 것이 아니다. 나지막이 말을 내뱉자 사보가 조금 놀란 듯이 저를 올려다보았다. 드래곤은 그런 사보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사보의 코 끝 쯤으로 옮겼다. 세상엔 나보다 좋은 사람이 많다, 사보. 사보는 그의 말을 듣고 이미 꽉 쥔 주먹을 더 힘 주어 쥐었다. 화상을 입은 피부가 고통으로 몸부림 치고 있었고 더 찢길 듯이 아파왔지만 그것은 아무 상관도 없었다. 나는, ... 입을 열고 드래곤에게 소리치듯 말하려 했건만 드래곤은 시선을 사보의 발 끝으로 떨어트렸다. 그가 아무리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한들 그 모습에서 약간의 슬픔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은 힘들었다. 사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손을 들어올려 투박하고 큰 드래곤의 손등을 조심스레 잡았다.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장갑의 얇은 가죽 너머로 느껴지는 드래곤의 고된 삶의 흔적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기다릴 거예요."

  "..."

  "드래곤 씨가 아무리 저를 내쳐도 저는 계속 있을 거니까, ..."

  ".. 사보."

  "난 드래곤 씨에게 떠나라고 하지 않았어요. 드래곤 씨가 멋대로 가는 거야."

  "..."

  "그러니까, 멋대로 돌아와도 괜찮아요."


 기다리는 것 정도는 허락 해 줄 수 있잖아요. 사보의 눈동자가 새벽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드래곤은 자신의 손 위에 살며시 얹어져 있는 사보의 손을 바라보다 손을 빼내었다. 넌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아이구나. 그는 아이를 힘껏 끌어 안았다. 미안하다. 나도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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